가장 적게 먹은 사람이 위험했다
소금은 적게 먹을수록 건강하다는 말은 상식처럼 굳어져 있다. 저염 간장과 무염 식단이 건강의 상징처럼 팔린다. 그런데 성인 10만여 명을 추적한 대규모 연구에서, 위험이 가장 낮았던 사람들은 소금을 가장 적게 먹은 집단이 아니었다. 오히려 소금을 지나치게 적게 먹은 사람들에게서 사망과 심장 질환 위험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방대한 데이터가 그린 그래프는, 우리가 믿어온 상식과는 전혀 다른 모양을 하고 있었다. 소금을 둘러싼 오랜 공포는 과연 정확한 것이었을까.

나트륨 공포는 어디서 왔을까
이 공포에는 분명한 뿌리가 있다. 소금 속 나트륨이 몸에 물을 붙잡아 혈압을 올린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혈압이 높으면 심장과 혈관에 부담이 커지는 것도 분명하다. 그래서 세계 곳곳의 보건 기관은 나트륨을 되도록 적게 먹으라고 권고했다.
방송과 광고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소금을 마치 하나의 독처럼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저염 간장, 저염 김치, 무염 식단이 건강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흐름에는 검증되지 않은 전제가 하나 숨어 있었다. 적게 먹을수록 무조건 더 좋으냐는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바로 이 전제를 데이터로 확인해 보기로 했다.

10만 명의 소변을 추적하다
이 오래된 전제에 정면으로 도전한 대규모 국제 연구가 있었다. 여러 나라 연구자가 함께한 추적 연구, 이른바 퓨어 연구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의 연구자 살림 유수프가 이끄는 이 팀은 남다른 방법을 택했다.
설문지에 의존하는 대신, 17개국 성인 10만여 명의 소변을 직접 받아 나트륨 배출량을 측정한 것이다.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소금을 먹는지, 흐릿한 기억이 아니라 몸에서 나온 증거로 확인하려는 시도였다. 그리고 이들의 건강을 여러 해 동안 끈질기게 추적했다. 규모와 방법 모두에서 이전 연구를 뛰어넘는 시도였다.

제이 커브의 발견
2014년,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에 첫 결과를 발표했다. 나트륨 섭취와 위험의 관계가 곧게 뻗은 직선이 아니라, 알파벳 제이를 뒤집은 듯한 곡선이라는 것이었다. 적게 먹어도 위험하고, 너무 많이 먹어도 위험한 모양이었다. 골짜기처럼 움푹 파인 가장 낮은 지점이 중간 어딘가에 있었다.
2018년에는 18개국의 자료를 다시 분석한 결과가 뒤를 이었다. 나트륨의 뚜렷한 해로움은 아주 많이 먹는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났다. 물론 이 결과를 두고 학계의 논쟁도 뜨거웠다. 측정 방법을 둘러싼 비판도 이어졌다. 그러나 적게 먹을수록 무조건 좋다는 단순한 믿음만큼은, 조금씩 설 자리를 잃어 갔다.

위험이 가장 낮은 구간
그렇다면 위험이 가장 낮은 구간은 어디였을까. 데이터가 가리킨 지점은 뜻밖에도 중간이었다. 하루 나트륨 3그램에서 5그램 사이를 먹은 사람들의 사망과 심혈관 위험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보다 훨씬 많이 먹으면 위험이 올라갔지만, 반대로 3그램에 한참 못 미치게 먹은 사람들도 위험이 함께 올라갔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었다. 칼륨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넉넉히 먹은 사람들은 혈압과 위험이 더 낮았다. 나트륨을 줄이는 것만큼이나, 칼륨을 채우는 것이 중요했던 셈이다. 문제의 답은 무조건 줄이기가 아니라, 적절한 균형에 있었다.

혈압과 나트륨의 진짜 관계
같은 연구팀은 혈압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나트륨이 혈압을 올리는 효과가 모두에게 똑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 효과는 이미 나트륨을 많이 먹는 사람에게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 반대로 나트륨을 적게 먹는 사람에게서는 그 연결이 훨씬 약했다.
다시 말해 소금을 줄여서 얻는 혈압 이득은 사람마다 달랐다. 이미 많이 먹던 사람이 줄일 때 가장 큰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이미 적게 먹는 사람이 더 줄이는 것은, 생각만큼 큰 이득이 없었다. 같은 저염이라도 누구에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던 것이다.

극단적 저염의 함정
이제 우리가 놓쳤던 그림이 분명해진다. 나트륨은 사실 몸에 반드시 필요한 무기질이다. 신경이 신호를 주고받고, 근육이 움직이고, 몸속 수분이 균형을 잡는 데 나트륨이 쓰인다. 그래서 지나치게 적게 먹으면 몸은 오히려 비상 신호를 켠다.
나트륨이 부족해지면 몸은 그것을 붙잡으려고 특정 호르몬을 왕성하게 분비한다. 이 호르몬이 과하게 작동하면 도리어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한쪽 끝에는 과잉의 위험이, 다른 쪽 끝에는 결핍의 위험이 함께 있었다. 건강은 소금을 없애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양 끝을 모두 피하는 데 있었다.

소금을 끊었더니 어지러웠던 사람
인천에 사는 60대 이정호 씨(가명)도 그런 경우였다. 건강 방송을 보고 겁이 난 그는, 어느 날부터 소금을 거의 끊다시피 했다. 국은 맹물처럼 싱겁게 끓였고, 반찬의 간도 최대한 뺐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자 이상한 증상이 찾아왔다.
자리에서 일어설 때마다 눈앞이 핑 돌고 힘이 빠졌다. 건강해지려고 한 것인데 오히려 자꾸 어지러웠다는 그의 말은, 극단적 저염의 위험을 그대로 보여 준다. 병원에서 확인한 그의 혈중 나트륨 수치는 정상보다 낮게 떨어져 있었다. 좋은 의도가 지나쳐, 몸이 도리어 균형을 잃은 것이었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나
그렇다면 우리는 소금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전문가들이 권하는 방향은 균형에 가깝다. 먼저, 지나치게 짜게 먹는 습관이 있다면 줄이는 것이 분명히 이롭다. 특히 가공식품과 국물, 젓갈에 든 숨은 나트륨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음으로, 칼륨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넉넉히 먹으면 나트륨의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겁이 나서 소금을 아예 끊는 극단적인 저염은 피하는 편이 낫다. 핵심은 소금을 적이 아니라, 적정한 양을 지켜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무조건 없애기가 아니라, 알맞게 맞추기가 정답에 가까웠다.

여전히 줄여야 하는 사람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점이 있다. 이 이야기는 소금을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어떤 사람에게는 줄이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나트륨을 줄이는 것이 여전히 도움이 된다.
이미 혈압이 높은 사람,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 그리고 나트륨을 아주 많이 먹는 사람에게는 절제가 분명한 이득을 준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여전히 권장 수준을 웃도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곡선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저염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아는 것이 먼저다.

마치며
소금을 둘러싼 오랜 공포는 절반의 진실이었다.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분명히 해롭지만, 지나치게 적게 먹는 것 또한 위험했다. 위험이 가장 낮은 구간은 하루 나트륨 3그램에서 5그램 사이의 균형점이었고, 칼륨이 풍부한 식단은 그 균형을 도왔다. 결국 소금은 없애야 할 독이 아니라, 적정한 균형을 지켜야 할 무기질이었다. 다만 이미 짜게 먹거나 고혈압이 있는 사람에게는 줄이는 것이 여전히 이롭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