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의학

틀니 크림 많이 쓰면 위험할까? 아연 과다와 구리 결핍 신경병증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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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의 감각을 잃은 남성

평생 건강하던 66살 남성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두 다리가 마치 남의 살처럼 감각을 잃어 갔다. 손끝은 저리고 걸음은 자꾸 휘청거렸다. 특히 다리는 마치 남의 것처럼 감각이 무뎌져, 발을 어디에 딛고 있는지조차 느끼기 어려웠다. 발바닥은 두꺼운 양말을 신은 듯 먹먹했고, 어두운 곳에서는 중심을 잡기조차 어려웠다. 병원에서 뇌 사진과 척추 사진을 꼼꼼히 살폈지만 뚜렷한 이상은 나오지 않았다. 흔한 신경 질환도, 당뇨도 아니었다.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만 반복됐다. 그러나 그에게는 남들과 다른 습관이 하나 있었다. 헐거운 틀니를 고정하려고 접착 크림을 매일 듬뿍 발라 온 것이다. 입안에 바르던 그 작은 크림 한 줄이, 도대체 어떻게 멀쩡한 다리를 무너뜨린 것일까. 값비싼 정밀 검사로도 드러나지 않던 원인이, 사실은 그의 세면대 위에 놓인 흔한 생활용품 하나에 숨어 있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되풀이하던 그 습관을, 그 자신조차 문제의 원인으로 떠올리지 못했다.

검사로도 잡히지 않던 원인

처음 그는 모든 것을 나이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증상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손끝의 저림은 점점 위로 올라왔고, 단추를 잠그는 일조차 서툴러졌다. 걸음은 더욱 불안해져, 어두운 복도에서는 벽을 짚어야 했다. 여러 검사를 거듭했지만 뇌도 척추도 정상이었고, 흔한 신경 질환의 흔적도 없었다.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이 되풀이되던 어느 날, 한 의사가 뜻밖의 검사를 제안했다. 바로 몸속 무기질의 균형을 확인하는 검사였다. 신경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답이 없을 때는, 신경 바깥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오랜 임상 감각이 발휘된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신경이 아니라 무기질의 불균형이 문제라는 것은, 누구도 쉽게 떠올리지 못한 방향이었다.

구리를 몰아낸 아연

검사에서 확인된 것은 몸속 구리의 양이었다. 놀랍게도 그의 몸에서는 구리가 바닥까지 떨어져 있었다. 구리는 신경을 감싸는 보호막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무기질이다. 그런데 이 구리를 몰아낸 뜻밖의 범인이 있었으니, 바로 아연이었다. 성인의 하루 아연 권장량은 대략 11밀리그램, 안전 상한선은 40밀리그램 정도다. 그런데 그는 틀니 크림을 통해 그 몇 배에 달하는 아연을 매일 입으로 삼키고 있었다. 좋다고 챙겨 먹은 영양제도 아니고, 그저 틀니를 붙이려던 크림이 몸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몸에 좋으라고 한 일이 아니었기에, 위험을 의심할 여지조차 없었던 셈이다.

구리와 아연의 줄다리기

구리와 아연은 우리 몸속에서 묘한 줄다리기를 한다. 둘 다 꼭 필요한 무기질이지만, 장에서 흡수될 때 같은 통로를 두고 경쟁한다. 아연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오면, 장은 구리 대신 아연을 붙잡는 단백질을 잔뜩 만들어 낸다. 그 바람에 구리는 흡수되지 못한 채 그대로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구리가 조금씩 고갈되면, 신경을 감싸는 보호막이 서서히 벗겨지기 시작한다. 전선의 피복이 벗겨지면 전기가 새듯, 신경도 신호를 제대로 전하지 못하게 된다. 다리의 감각이 사라진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신경의 보호막이 한 번 손상되면, 신호는 느려지거나 엉키고 결국 감각과 힘이 함께 무너진다. 특히 뇌에서 가장 먼 다리 쪽 신경이 먼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증상이 발끝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구리 결핍성 신경병증

그의 상태는 구리 부족으로 생긴 신경 손상, 이른바 구리 결핍성 신경병증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원인은 뜻밖에도 매일 듬뿍 바르던 틀니 접착 크림이었다. 담당 의사는 그에게 “몸에 넣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지나치면 해가 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틀니를 붙이려고 바른 크림이 두 다리를 앗아 가고 있었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진실이었다. 약도 아니고 그저 생활용품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 위험을 떠올리기는 더욱 어려웠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습관일수록, 그 부작용을 스스로 의심하기는 오히려 더 힘들다.

몸이 보내는 신호들

구리가 부족하면 몸 곳곳에서 이상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것이 손발이 저리고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이다. 특히 다리의 감각이 둔해져, 걸을 때 자꾸 중심을 잃고 휘청거린다. 어두운 곳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운 것도 대표적인 신호다. 여기에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불안정해진다. 구리는 피를 만드는 데도 관여하기 때문에, 빈혈이 함께 찾아오기도 한다. 문제는 이 증상들이 다른 신경 질환과 너무 비슷해 원인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구리 부족은 한참 뒤에야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여러 진료과를 돌며 원인을 찾다가, 뒤늦게야 무기질 검사에서 답을 얻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자각 없이 쌓이는 아연

그가 몸에 넣은 아연의 양을 헤아려 보면 상황은 분명해진다. 하루 권장량은 11밀리그램, 안전 상한선은 40밀리그램이다. 그런데 틀니 크림을 매일 듬뿍, 그것도 여러 번 덧바르면 그 몇 배에 달하는 아연이 입으로 들어온다. 게다가 크림이 조금씩 침에 섞여 삼켜지기 때문에, 본인은 먹고 있다는 자각조차 없다. 하루하루는 사소해 보여도, 몇 년이 쌓이면 구리를 밀어내기에 충분한 양이 된다. 눈에 보이지 않게 쌓인 아연이 결국 두 다리를 무너뜨린 것이다. 생활용품이라고 해서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일 반복하는 작은 습관일수록, 오랜 시간에 걸쳐 몸에 남기는 흔적은 오히려 더 깊어질 수 있다.

몇 년에 걸친 신호

다리가 무너진 과정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었다. 틀니 크림을 넉넉히 바르기 시작한 처음 몇 달은 아무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틀니가 든든하게 고정돼 편하기만 했다. 하지만 한두 해가 지나자 발끝이 조금씩 저리기 시작했고, 시간이 더 흐르자 저림은 종아리를 타고 위로 올라왔다. 마침내 걸음이 휘청이고 균형이 무너지면서, 그는 지팡이 없이는 걷기 어려워졌다. 몸은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냈지만, 아무도 그 원인을 틀니 크림에서 찾지 못했다. 변화가 완만할수록 원인을 짚어 내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급작스러운 통증이라면 곧바로 병원을 찾겠지만,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무뎌지는 감각은 오히려 익숙해지고 만다.

전문가의 경고

구리 결핍을 오래 연구한 한 신경과 전문가는 이런 사례가 의외로 놓치기 쉽다고 말한다. 틀니 크림이 신경병증의 원인일 것이라고는, 환자도 의사도 좀처럼 떠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원인 모를 신경 증상에는 반드시 무엇을 몸에 넣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헐거운 틀니를 오래 쓰며 크림을 많이 바른 사람이라면, 구리 수치를 꼭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조금만 일찍 의심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손상이라는 것이다. 결국 병력을 꼼꼼히 묻는 것만으로도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떤 약을 먹는지뿐 아니라, 어떤 생활용품을 매일 쓰는지까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회복과 재활

진짜 원인이 밝혀지자 치료의 첫걸음은 분명했다. 아연이 든 틀니 크림을 당장 끊는 것이었다. 여기에 부족했던 구리를 보충하자, 몸은 조금씩 균형을 되찾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손끝의 저림이 옅어졌고, 다리에도 조금씩 감각이 돌아왔다. 다만 한 번 상한 신경은 회복이 더뎌, 이전처럼 걷기까지는 오랜 재활이 필요했다. 가족의 도움과 꾸준한 재활 끝에 그는 다시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완전히 예전 같지는 않아, 무기질 하나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그는 몸으로 깨달았다. 너무 늦게 발견됐다면 되돌리기 어려웠을 손상이었다. 다행히 원인을 제때 찾은 덕분에, 그는 잃어버릴 뻔했던 걸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이 특히 조심해야 할까

헐거운 틀니를 오래 사용하며 접착 크림을 많이 바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나이가 들어 잇몸이 점점 줄면 틀니가 헐거워지기 쉽고, 그만큼 크림을 더 많이 쓰게 된다. 특히 크림을 여러 번 덧바르거나, 한 번에 길게 짜서 쓰는 습관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틀니를 몸에 잘 맞게 다시 맞추어, 크림에 의존하는 양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틀니가 헐거워지면 자꾸 크림을 더 바르게 되고, 그럴수록 삼키는 아연도 함께 늘어나는 악순환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치과를 찾아 틀니 상태를 점검받는 것만으로도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또한 틀니 접착제를 고를 때 아연이 들어 있지 않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요즘은 아연을 뺀 제품도 많이 나와 있으니, 크림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면 성분을 한 번쯤 살펴볼 만하다. 크림을 쓰더라도 필요한 만큼만 아주 얇게 바르는 것이 안전하다. 원인 모를 손발 저림이나 걸음 장애가 이어진다면, 값비싼 검사에 앞서 매일 몸에 넣거나 바르는 것들부터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매일 무심코 쓰는 것들 가운데 뜻밖의 위험이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며

이 이야기가 남기는 교훈은 분명하다. 약이 아니어도 몸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 틀니 크림처럼 매일 쓰는 생활용품도 예외가 아니며, 양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 모를 손발 저림이나 걸음 장애가 이어진다면 평소 몸에 넣는 것들을 돌아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무심코 반복하는 사소한 습관 하나가 오랜 시간에 걸쳐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런 위험은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틀니 크림이 나쁜 제품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알맞은 양을 지켜 쓰면 틀니 생활을 편하게 해 주는 유용한 도구다. 문제는 언제나 양이지, 크림 자체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결국 핵심은 무엇을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쓰느냐에 있다. 몸에 넣고 바르고 삼키는 모든 것에는 적당한 선이 있으며, 그 선을 넘는 순간 이로움은 해로움으로 뒤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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