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던 청년의 심장이 멈춘 날
완벽하게 건강하던 28살 청년의 심장이 어느 오후 갑자기 멈춰 섰다. 심장병도 없었고 약물을 한 적도 없었다. 검사를 아무리 뒤져도 이상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그가 남들과 달랐던 점이 딱 하나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는 에너지 드링크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누구나 아무렇지 않게 집어 드는 그 달콤한 캔이, 어떻게 멀쩡한 심장을 세워버린 것일까.

이 이야기는 실제 의학 저널에 보고된 사례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2009년 호주의 한 의학 저널에는 격렬한 야외 활동 뒤 카페인 음료를 과도하게 마신 젊은 남성의 심정지 사례가 실렸고, 이후에도 세계 여러 나라의 응급실에서 비슷한 환자들이 반복해서 보고되고 있다.
그날 경기장에서 벌어진 일
그날 청년은 친구들과 함께 뜨거운 야외 경기장에 있었다. 강한 햇볕 아래 온종일 오토바이를 몰았고, 지칠 때마다 에너지 드링크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한 캔, 두 캔, 그리고 또 한 캔. 카페인이 주는 각성감이 피로를 지워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몸은 점점 뜨거워졌고 심장은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뛰었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경기가 끝나갈 무렵 갑자기 가슴이 조여들고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문제는 카페인 하나가 아니었다. 그날 그의 몸속에서는 카페인 과다와 격렬한 운동이라는 두 가지 일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캔 하나에 담긴 카페인의 양
에너지 드링크 한 캔에는 보통 커피 한 잔에 맞먹거나 그 이상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건강한 성인의 하루 카페인 권장 상한선은 대략 400밀리그램인데, 큰 캔 몇 개만 몰아 마셔도 이 선을 훌쩍 넘어버린다. 게다가 에너지 드링크에는 카페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타우린, 과라나, 다량의 당분이 함께 들어가 각성 효과를 더 밀어 올린다.
문제는 이 성분들이 모두 심장을 더 빠르고 세게 뛰게 만든다는 점이다. 청년은 반나절 만에 안전선을 몇 배나 넘긴 상태였다. 특히 과라나에는 그 자체로 카페인이 들어 있어, 표기된 카페인 양보다 실제 섭취량이 더 많아지는 경우도 흔하다.

카페인이 심장에 하는 일
우리 몸에는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이 있다. 하루 동안 쌓이면서 몸에게 이제 좀 쉬라는 신호를 보내는, 일종의 브레이크 같은 존재다. 카페인은 바로 이 브레이크 자리에 대신 앉아 신호를 가로막는다. 그래서 몸은 피곤한데도 피곤한 줄 모르게 된다.
동시에 카페인은 심장을 자극하는 아드레날린을 끌어올린다. 브레이크는 밟히지 않는데 액셀만 계속 밟히는 셈이다. 심장은 점점 더 빠르고 강하게 뛰고, 어떤 사람에게는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기도 한다. 이렇게 심장이 한계까지 몰린 상태에서 마지막 방아쇠를 당긴 것은 다름 아닌 운동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카페인이 주는 각성감과 실제 몸의 상태가 정반대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머리는 개운하다고 느끼지만 심장과 혈관은 그만큼 더 큰 부담을 지고 있다. 이 감각의 착시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괜찮다고 믿으며 한 캔을 더 집어 든다. 몸이 보내는 진짜 신호와 뇌가 느끼는 가짜 개운함 사이의 간극, 그 틈에서 사고가 벌어진다.

왜 운동과 함께 마시면 가장 위험한가
운동을 하면 심장은 이미 온몸에 피를 보내느라 최대로 일하고 있다. 여기에 카페인이 더해지면 심장은 쉴 틈 없이 더 빠르게 뛰어야 한다. 땀으로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가면 심장 리듬은 더 불안정해진다. 여기에 잠이 부족하거나 빈속이거나, 원래 몰랐던 심장 이상이 숨어 있다면 위험은 몇 배로 커진다.
청년은 이 조건을 거의 다 갖추고 있었다. 뜨거운 날씨, 격렬한 운동, 부족한 수분, 그리고 반나절 동안 쏟아부은 카페인. 각각은 넘길 수 있는 일이었지만 한꺼번에 겹치자 심장은 결국 리듬을 잃고 말았다.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는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면 커피는 괜찮은데 왜 에너지 드링크가 문제냐고 물을 수 있다. 핵심은 마시는 방식과 조합에 있다. 뜨거운 커피는 보통 천천히 홀짝이며 마시기 때문에 카페인이 몸에 서서히 들어온다. 반면 차갑고 달콤한 에너지 드링크는 갈증이 날 때 순식간에 한 캔을 비우기 쉽다. 짧은 시간에 카페인이 확 몰려 들어오는 것이다.
게다가 타우린과 다량의 당분까지 함께 들어와 심장을 더 세게 밀어붙인다. 같은 카페인이라도 몸이 받는 충격의 속도가 전혀 다른 셈이다. 특히 차가운 음료는 갈증 해소용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물처럼 여러 캔을 연달아 마시는 경우가 많아 더욱 위험하다.

붕괴로 이어진 하루의 시간표
청년의 하루를 시간 순서대로 되짚어 보자. 이른 아침, 그는 잠이 부족한 채로 경기장에 도착했다. 첫 캔은 시동을 거는 기분으로 가볍게 비웠다. 한낮이 되자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땀을 쏟으며 두 번째, 세 번째 캔을 마셨다. 오후 내내 그의 심장 박동은 조용히 빨라지고 있었다.
물 대신 계속 카페인을 채워 넣은 몸은 서서히 한계로 다가갔다. 그리고 경기가 거의 끝날 무렵, 마지막 한 캔을 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심장은 정상 리듬을 잃었다. 여러 조각이 하나로 맞물린 순간이었다.

응급실에서 반복되는 장면
이런 일은 결코 이 청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러 나라의 응급실에서 비슷한 환자들이 실려 오고 있다. 한 응급의학과 의사는 멀쩡하던 젊은 사람이 에너지 드링크를 몰아 마신 뒤 심장이 멈춰 실려 오는 경우를 해마다 본다고 전했다.
특히 밤샘 공부나 게임, 격한 운동을 하면서 여러 캔을 몰아 마신 젊은 층이 많다고 한다. 대부분은 자신이 위험한 양을 마셨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피로를 이기려던 선택이 심장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숫자가 말하는 위험의 크기
미국의 식품의약국과 중독 정보 기관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2015년 사이에 카페인 관련 신고가 1만 4천 건을 넘었다. 그중 에너지 드링크와 직접 연결된 사망 보고만 수십 건에 달했다. 응급실을 찾은 사례는 그보다 훨씬 많았다.
카페인은 대략 10그램 안팎이면 성인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는데, 이는 큰 캔을 무리하게 몰아 마시면 결코 닿지 못할 거리가 아니다. 특히 청소년과 젊은 성인은 카페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성장기의 심장과 신경계는 같은 양의 카페인에도 더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이 청년은 특별히 병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운동을 즐기고 활력이 넘치던,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젊은이였다. 바로 그 점이 이 이야기를 무섭게 만든다. 위험은 아주 특별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피곤할 때마다 습관처럼 캔을 따는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 기간의 학생, 밤을 새우는 직장인, 운동에 몰두하는 청년까지, 이 음료를 물처럼 마시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표기된 것보다 많은 숨은 카페인
많은 사람이 캔에 적힌 카페인 함량만 보고 안심한다. 그러나 에너지 드링크에는 표기된 카페인 외에도 카페인을 품은 성분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과라나다. 과라나 씨앗에는 그 자체로 카페인이 들어 있어, 실제 섭취량은 표기된 수치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 여기에 여러 제품을 섞어 마시거나 커피, 초콜릿, 진통제 같은 다른 카페인 공급원까지 더해지면 하루 섭취량은 순식간에 안전선을 넘는다. 자신이 마신 총량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다는 점, 그것이 이 음료의 또 다른 함정이다.
심장이 보내는 경고 신호
심장은 한계에 다다르기 전에 대개 신호를 보낸다. 가슴이 두근거리며 맥박이 불규칙하게 느껴지거나, 이유 없이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손발이 떨리거나 속이 메스껍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도 카페인 과다의 흔한 신호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런 증상을 그저 피곤하거나 긴장한 탓으로 넘겨버린다는 데 있다. 특히 운동 중에는 이런 증상이 운동 때문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만약 카페인 음료를 마신 뒤 가슴 두근거림이나 어지럼증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몸이 보내는 분명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내성이 생겼다는 착각
매일 카페인을 마시는 사람은 흔히 자신은 카페인에 강하다고 믿는다. 실제로 반복 섭취하면 각성 효과에 대한 내성은 어느 정도 생긴다. 그러나 심장과 혈관에 미치는 자극까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각성감은 무뎌졌지만 심장은 여전히 카페인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내성을 믿고 섭취량을 계속 늘리다 보면, 어느 순간 심장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게 된다. 강하다는 자신감이 가장 위험한 방심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안전하게 마시는 세 가지 원칙
다행히 이 위험은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다. 첫째, 에너지 드링크는 물이 아니라 심장을 자극하는 음료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둘째, 격렬한 운동이나 뜨거운 날씨에는 카페인 대신 물과 전해질로 갈증을 채우는 것이 안전하다. 셋째, 짧은 시간에 여러 캔을 몰아 마시는 습관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피로는 결국 잠으로만 갚을 수 있다. 각성 음료는 잠시 피로를 미뤄 둘 뿐, 없애 주지는 못한다. 오늘 하루 자신이 마신 카페인의 양을 한번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특히 성장기의 청소년이라면 카페인 음료를 습관으로 삼지 않는 것이 좋다. 아직 발달 중인 심장과 신경계는 같은 양에도 더 크게 반응하고, 한번 자리 잡은 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로의 원인을 잠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다. 각성 음료는 잠깐 피로를 빚처럼 미뤄 둘 뿐이며, 미뤄 둔 피로는 언젠가 반드시 몸이 대신 갚게 만든다.
이 글은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는다. 가슴 두근거림이나 어지럼증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