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의학

몸에 좋다던 간을 먹고 살갗이 벗겨진 남극 탐험가: 비타민 A 과다증의 모든 것

몸에 좋다던 간을 먹고 살갗이 벗겨진 남극 탐험가: 비타민 A 과다증의 모든 것

광고 · 쿠팡 파트너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살기 위해 먹은 한 끼가 살갗을 벗겨낸 이야기

1912년, 남극의 새하얀 설원 위를 두 남자가 힘겹게 걷고 있었다. 이들은 탐험대 본진에서 떨어져 나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기지로 돌아가려 사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동료 한 명과 대부분의 식량이 깊은 얼음 틈으로 사라진 직후였다. 남은 것이라고는 썰매를 끌던 지친 개 몇 마리뿐이었다. 굶주림에 몰린 두 사람은 결국 개를 한 마리씩 잡아, 고기는 물론 영양이 가득할 것 같은 간까지 남김없이 나눠 먹었다.

scene-2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두 사람의 몸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빠지고, 손끝과 발바닥의 피부가 두껍게 일어나 벗겨졌으며, 또렷하던 정신마저 흐릿해졌다. 살기 위해 먹은 그 한 끼가, 사실은 그들을 죽음의 문턱으로 몰고 간 원인이었다. 범인은 뜻밖에도 우리가 몸에 좋다고 믿는 영양소, 바로 비타민 A였다.

비타민 A는 왜 몸에 쌓이는가

비타민 A는 우리 눈과 피부, 그리고 면역 기능에 꼭 필요한 필수 영양소다. 특히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보는 데 관여해, 부족하면 밤에 잘 보이지 않는 야맹증이 생긴다. 피부와 점막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감염에 맞서는 면역에도 깊이 관여하기 때문에, 결핍되면 면역이 떨어지고 각종 질병에 취약해진다. 그래서 비타민 A는 결핍이 흔한 지역에서는 반드시 보충해야 할 중요한 영양소로 꼽힌다. 그러나 이 비타민에는 결핍만큼이나 조심해야 할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다. 물이 아니라 기름에 녹는 지용성이라는 점이다.

scene-3

비타민 C처럼 물에 녹는 수용성 영양소는 몸에 많아지면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어느 정도 과하게 먹어도 몸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반면 지용성인 비타민 A는 몸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고 간에 차곡차곡 저장된다. 지용성 비타민에는 비타민 A 외에도 비타민 D, 비타민 E, 비타민 K가 있는데, 이들 역시 과잉 섭취 시 몸에 축적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평소에 이 저장 능력은 오히려 축복이다. 부족할 때를 대비해 몸이 스스로 비상 창고를 채워 두는 셈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평생 사용할 비타민 A의 상당량이 간에 저장될 만큼, 간은 그 자체로 거대한 저장고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이 밀려들면, 넘쳐 버린 이 창고는 순식간에 독으로 변한다. 저장의 축복이 곧 과잉의 저주로 뒤바뀌는 것이다.

동물의 간에 든 비타민 A는 상상을 초월한다

동물의 간은 비타민 A가 가장 진하게 농축된 곳이다. 특히 북극곰의 간에는 1그램당 최대 2만 국제단위가 넘는 비타민 A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인이 하루에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양이 약 3천 국제단위라는 점을 생각하면, 북극곰 간을 단 100그램만 먹어도 그 기준을 수백 배나 넘겨 버리는 셈이다.

scene-4

썰매를 끌던 개의 간에도 사람에게 위험할 만큼 높은 농도의 비타민 A가 농축되어 있었다. 육식 동물이나 물고기를 주로 먹는 동물일수록 간에 비타민 A가 더 많이 쌓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먹이사슬을 따라 비타민 A가 계속 농축되기 때문이다. 극지방의 원주민인 이누이트는 이런 사실을 오래전부터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들은 북극곰이나 물범의 간을 먹으면 병이 난다는 것을 알고 철저히 피했다. 과학이 그 이유를 밝혀내기 훨씬 전부터, 그들은 이미 자연이 감춰 둔 함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비타민 A 과다증은 몸을 어떻게 무너뜨리는가

비타민 A 과다증은 몸 곳곳에서 동시에 위험 신호를 보낸다.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은 참기 힘든 두통과 어지럼증, 그리고 멈추지 않는 구토다. 이는 뇌를 둘러싼 압력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scene-6

여기에 눈앞이 흐려지고 빛이 유난히 부시게 느껴지는 시각 이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어서 피부가 건조하게 갈라지고 두껍게 일어나다가 결국 벗겨진다. 남극 탐험가들이 겪은 바로 그 증상이다. 머리카락과 눈썹까지 함께 빠지기 시작한다. 비타민 A가 계속 쌓이면 간 자체가 붓고 손상되며, 심해지면 온몸이 나른해지고 의식마저 흐려진다. 이러한 증상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한꺼번에 엄청난 양을 섭취해 며칠 안에 나타나는 급성 과다증과, 권장량을 조금씩 오래 넘겨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 과다증이다. 남극 탐험가들이 겪은 것은 전형적인 급성 과다증이었고, 오늘날 영양제 중복 복용으로 생기는 문제는 대부분 만성 과다증에 가깝다. 몸에 좋으라고 챙겨 먹은 영양소가 이렇게 사람을 통째로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은, 지금 들어도 서늘하기만 하다.

채소의 비타민 A는 왜 안전한가

여기서 많은 사람이 궁금해한다. 당근에도 비타민 A가 풍부하다는데, 당근을 많이 먹으면 위험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같은 비타민 A라도 어디서 오느냐에 따라 위험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scene-7

당근이나 시금치 같은 채소에 든 것은 베타카로틴이라는 형태다. 베타카로틴은 우리 몸 안에서 비타민 A로 바뀌기 전의 이른바 전구체에 해당한다. 우리 몸은 필요한 만큼만 이 베타카로틴을 비타민 A로 바꾸고 나머지는 그대로 둔다. 이 정교한 조절 장치 덕분에, 채소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비타민 A 과다증에는 걸리지 않는다. 다만 베타카로틴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카로틴혈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건강에 해롭지 않고 섭취를 줄이면 자연히 사라진다. 실제로 당근 주스를 매일 다량으로 마신 사람의 손바닥이 노랗게 물든 사례가 종종 보고되지만, 이것이 중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반대로 동물의 간이나 고농축 보충제에 든 것은 레티놀이라는 완성된 형태여서, 몸이 조절할 새도 없이 곧장 흡수되어 쌓인다. 조절 장치를 건너뛰고 곧바로 창고에 밀어 넣는 셈이다. 결국 두 탐험가를 무너뜨린 것은 비타민 그 자체가 아니라, 조절이 불가능할 만큼 농축된 그 형태였다.

미스터리가 풀리기까지: 금기에서 과학으로

남극 탐험대의 비극이 완전히 설명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누이트는 수백 년 전부터 곰과 물범의 간을 금기로 여겼지만, 1900년대 초의 서양 탐험가들은 이 지혜를 알지 못했다. 그 결과 여러 원정대가 원인 모를 병에 시달렸다.

scene-8

1940년대에 이르러서야 과학자들은 동물 간의 엄청난 비타민 A 농도를 정확히 측정해 냈다. 그리고 1960년대, 연구자들은 그 옛 남극의 참극이 다름 아닌 비타민 A 과다증 때문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살아 돌아온 탐험가가 남긴 상세한 일지와 당시의 증상 기록이 이 추론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자료가 되었다. 두 탐험가가 며칠 동안 나눠 먹은 개의 간에는, 사람을 위독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양의 비타민 A가 쌓여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극한의 추위, 굶주림, 탈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견해도 있지만, 비타민 A 과다증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는 많은 연구자가 동의한다. 자연의 함정과 인간의 지혜, 그리고 과학의 검증이 반세기의 시간을 두고 하나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오늘날의 비타민 A 과다증: 영양제의 함정

이 이야기는 결코 먼 나라, 먼 옛날의 일이 아니다. 오늘날 비타민 A 과다증은 대부분 고농축 보충제를 통해 발생한다. 성인의 하루 비타민 A 권장량은 약 3천 국제단위이고,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상한선은 약 1만 국제단위다.

scene-9

문제는 여러 영양제를 한꺼번에 챙겨 먹을 때 생긴다. 종합비타민에도 비타민 A가 들어 있고, 간 영양제나 눈 건강 보충제에도 들어 있다. 각각은 안전한 양이라도, 이것들을 겹쳐서 먹으면 자신도 모르게 상한선을 훌쩍 넘길 수 있다. 여기에 동물의 간이나 간 요리를 즐겨 먹는 식습관까지 더해지면 위험은 한층 커진다. 특히 임산부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임신 초기에 과도한 레티놀에 노출되면 태아의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 많은 전문가들이 임신 중 고용량 비타민 A 보충제를 피하도록 권한다. 성장기 어린이에게 비타민 A 제품을 지나치게 먹이는 것 역시 안전하지 않다. 몸에 좋다는 말만 믿고 무작정 여러 개를 챙겨 먹는 습관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영양제를 고를 때는 라벨에 적힌 함량을 확인하고, 중복되는 성분이 없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강인함조차 지키지 못한 탐험가의 교훈

이 비극의 한복판에는 사비에르 메르츠라는 탐험가가 있었다. 스위스 출신의 뛰어난 스키 선수이자 산악인이었던 그는 누구보다 강인한 체력을 자랑하던 사람이었다.

intro

그러나 개의 간을 먹은 뒤, 가장 건강했던 그의 몸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심하게 무너졌다. 피부가 벗겨지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그는 끝내 기지로 돌아오지 못했다. 동료 한 사람만이 가까스로 살아남아 이 참혹한 기록을 세상에 전했고, 훗날 과학은 그의 사인에서 비타민 A 과다증이라는 이름을 찾아냈다. 아무리 강인한 몸이라도 조절할 수 없는 과잉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사실을, 그의 이야기는 조용히 증언한다.

scene-5

부족보다 과잉이 위험할 때

우리는 흔히 영양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타민 A의 이야기는 정반대의 진실을 보여 준다. 아무리 몸에 좋은 것이라도, 조절할 수 없이 한꺼번에 밀려들면 얼마든지 독이 될 수 있다.

scene-10

다행히 우리는 남극의 얼음 위에 있지 않다. 채소와 균형 잡힌 식사만으로도 필요한 비타민 A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시금치, 당근, 고구마, 시래기 같은 흔한 식재료에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들어 있고, 우리 몸은 이를 필요한 만큼만 안전하게 활용한다. 영양제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도구일 뿐, 많이 먹을수록 좋은 보험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챙겨 먹는 영양제의 성분과 함량이 서로 겹치지는 않는지, 한 번쯤 확인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특히 비타민 A, 비타민 D처럼 몸에 쌓이는 지용성 비타민은 권장량과 상한선을 함께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부족보다 과잉이 더 위험할 때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100여 년 전 남극의 두 탐험가가 온몸으로 증언하고 있다.

광고 · AliExpress

AliExpress 추천 상품

이 링크를 통해 구매 시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 영상으로 보기

https://youtube.com/watch?v=Rqyoe78YQC4